semper eadem

늘 한결같이 Since 2004.5.9

신기루

레픽님의 글을 읽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포스팅.

어학원 같은 곳을 등록해 다니다보면 가끔 만나게 되는 부류 중 하나가 '자신의 출신 학교'를 속이는 사람입니다.
뭐 딱히 서로 밝힐 필요도 없는데 먼저 나서서 자기 학교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그게 다 거짓말이었더라' 하는 경우는 주변에도 심심찮게 있었고 저도 한번쯤 겪어봤네요.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가 지금 있는 위치가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좀더 나은 모습이기를 원하기도 하지만 가끔가다 그게 도를 넘어서 자기 자신마저 속인 채 자신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나'가 되어버리는 사람들이 있긴 하더군요.
그리고 웹이라는 공간은 그런 사람들이 '새로운 자신'을 창조하기에는 더할나위없이 조건이 좋은 곳이기도 하겠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거짓말에 거짓말로 자기 자신마저 속여버린 사람들을 보면 속인 것에 화가 나기 보다는 딱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남의 어머니 사진에다 '홍콩 여행에 동행하신 어머니' 라는 멘트를 달면서 저 아가씨(아가씨인지도 알 수 없지만 -_-)는 정말로 자신의 어머니와 홍콩 여행을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행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진지하게 저 홈의 주인은 저 홈페이지에서만큼은 외모는 김태희인(프로필에 보니 김태희 사진이 있길래. -_-) 세계를 떠돌며 사진을 찍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겠지요.
자신이 창조한 신기루 속에 빨려들어가버린 그 정신이 가슴 깊이 딱하고 안쓰럽습니다.
TB (1)| REPLY (7)| by 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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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22 06:15 REPLY DEL
말씀을 듣고보니 정말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딱하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제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으리만치 커져버렸지만 말입니다.;
05/08/22 16:12 DEL
딱한 건 딱한 거고 일은 제대로 처리가 되어서 법적인 처벌을 받든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를 받든 했으면 좋겠더군요. 도용된 사람들이 사진 올리던 곳에 가보니 직업적으로 찍으시는 분들도 많으시던데 그분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지요..-_-;
05/08/22 10:14 REPLY DEL
딱하긴 한데.. 저런 거짓말에 직접 당해본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솔직히 스팀부터 오르는군요..; 쩝..
05/08/22 16:12 DEL
저렇게 중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거짓말에 누구나 한두번은 속아봤을 거 같아요. -_-; 그만큼 자기자신에게 자신이 없는 사람이 많은 건지...
05/08/22 12:21 REPLY DEL
온라인이나 지금처럼 일본 나와 있는 상황에서는
서로 뒷배경 알리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궁금하지도 않던데 ..
그저 그 상황에 맞춰 서로 소통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D
05/08/22 16:14 DEL
대개 저런 사람들은 알고 싶지도 않은데 먼저 와서 굳이 알려주더라구요. ^^;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설정'으로 인식되고 싶은가보지요. ^^;
05/08/22 21:57 REPLY DEL
정말~ 과거 PC 통신 시절처럼 사람들이 솔직해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넷 익명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모습을 속이는 것은 아름답지 못한 것 같잖아요? 솔직 담백한 모습이 정말 보기 좋은 것 같아요.
05/08/23 11:27 DEL
예전에 PC 통신 때만 해도 오프 모임에서 만나기도 하고 직접 말할 기회도 많다보니 친분이 직접적으로 쌓이지만 웹의 경우는 잘하면 평생가도 서로 얼굴볼일 없는 게 문제일지도요. ^^;
05/08/22 22:34 REPLY DEL
웹에서 오가는 사람들은 얼굴 볼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거짓말해서라도 멋진 자신을 보여줘도 상대가 알 리 없다! 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저렇게 사진만 걸어두고 글을 쓰지 않으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아도 '멋진 사진'으로 인상에 남을 수 있을테니까요. 자기 포트폴리오라고 해도 진위여부 확인해줄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말입니다. 그래도 문제의 블로그를 보며 씁쓸했던 건 베트남에서 3년간 찍은 사진이란 말 그대로 원작자의 인생 3년을 담은 건데, 그 3년을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훔쳤다는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아주 유명한 사이트에서 도용한 것 아니었으면 누구도 블로그 주인이 누군가의 인생을 훔쳤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정말 저 블로그의 주인이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05/08/23 11:29 DEL
아무래도 그 홈 주인이 가져온 사진들이 전문가들이 찍은 것이라서 찍은 사람들이 긴 시간 열과 성을 다한 작품들이 많다는 게 문제 중 하나겠지요.
포스팅을 좀 보다보니 어떤 사람이 적외선 촬영으로 정말 힘들게 한 컷을 건진 걸 너무나 쉽게 걸어놨더군요.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저렇게 아무 대응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하니 갑갑할 따름이네요.
05/08/22 23:38 REPLY DEL
저는 애초에 사진을 잘 안올리는 편입니다.(요즘은 제 개인 블로그에만 일본에서 찍어온 걸 올리고는 있지만..)
후.. 너무 당당하게 올려놔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_-
05/08/23 11:30 DEL
저는 사진을 많이 올리는 편이긴 한데 제가 찍은 사진이야 누가 가져갈 만큼 작품이 되지도 않으니('-`).
그 블로그는 드디어 정지 상태네요. 정지를 당한 건지, 본인이 한 건지...
05/08/23 23:39 REPLY DEL
남의 어머니를 자기 어머니...ㅡㅡ;;;
누군진 몰라도 좀 심하군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될 짓을..
//
블로그 이사했습니다. 너무 느려서 감당이 안되더라구요ㅡㅡ;;;
주소 다시 링크했습니다, 시원한 초가을밤(?) 되세요^^;
05/08/24 12:27 DEL
이미 저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은 저기 외행성 밖까지 날아갔을 것 같아요. -_-;

저도 새로 링크 걸어두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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